»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연 ‘동계 취업역량강화 캠프’에 참가한 서울대생들이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농업생명과학대 강의실에서 인성·실무 면접을 치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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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이 좁은 넥타이는 피하는 것이 좋아요.” “면접 복장의 기본은 어두운 색 양복에 흰색 셔츠예요.”
20일 오전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200동 한 강의실. 지수현 빌드이미지연구소실장이 한 남학생을 불러 세워 ‘면접 복장’의 실수를 하나하나 지적하기 시작했다. “넥타이 색은 자유롭게 고를 수 있지만 이왕이면 회사 로고의 색을 ….” 검은 양복 차림의 남학생은 충고가 이어질 때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가 연 ‘동계 취업역량강화 캠프’에는 졸업반 학생 40명이 모였다.
넥타이 색·표정 하나에도 ‘취업의 기술’ 숨어 있어 이력서~면접까지 예행연습…지원자 90여명 몰려
이날 진행된 ‘면접 이미지 메이킹 특강’을 위해 참가 학생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왔다. 지 실장은 “입에는 스마일 라인을, 인사는 허리를 숙여서, 옷차림도 전략을 세울 것” 등의 ‘인상 개선 방법’을 강의했다. 이명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명사들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옷차림의 장단점을 분석할 때는 여기저기서 “맞아, 맞아” 소리가 나왔다. 오후에는 ‘연예인의 대부업 광고, 어떻게 생각하나’ 등을 주제로 ‘토론 면접’에 대한 예행 연습도 진행됐다.
효성그룹 상무 출신 인사 담당자의 강의가 진행된 전날에는 참가 학생들의 얼굴에 잔뜩 긴장이 서렸다. 김아무개 전 상무는 강의에서 “예전에는 서울대 간판이면 학과를 불문하고 뽑았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블라인드 면접 등 채용 환경이 달라진 뒤 서울대생들이 별반 차별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대 출신들’을 따끔하게 꼬집었다.
최악의 취업난이 예고되면서 서울대가 본격적으로 ‘취업 챙기기’에 나섰다. 서울대의 ‘취업 캠프’는 ‘실질적인 취업 대비가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요구로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기업 인사 담당자와 컨설턴트,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 등이 강사로 나서, 이력서 작성, 면접 실무, 토론 면접 대비책을 강의한다. 박건정 경력개발센터 연구원은 “다른 대학들은 오래전부터 학교 차원에서 취업 대비 각종 강의를 열어 반복 학습을 시키는데 우리는 다소 늦었다”며 “유례없는 취업난이 예상되면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취업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캠프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관심도 예전과는 다르다. 이번 캠프에는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90명의 지원자가 몰려 졸업생 우선으로 참가자를 선별했다. 캠프에 참가한 조두현(26)씨는 “지난해 열 곳 넘게 원서를 썼는데 결국 다 떨어졌다”며 “강의를 듣고 그동안 내가 자기소개서를 너무 성의 없이 썼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8월 졸업 예정인 김지영(23)씨는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이런 취업 관련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며 “지난해 대기업 인턴에 몇 차례 지원했다가 떨어졌는데 요즘에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름만으론 안되는 것 같다. 이번 강의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유경 송채경화 기자 edg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