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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업체인 시스코 싱가포르 지사에서 대학생 서진원, 노은지 씨가 회사 임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대 경력개발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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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글로벌 IT업체 시스코의 싱가포르 사무실.
한국 대학생 3명은 `한국 시장에서의 시스코 서비스 전략`이란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에서 주최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로 프레젠테이션 결과에 따라 인턴사원 채용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서울대 산림자원환경학과 05학번 서진원 씨와 같은 학교 산업공학과 노은지 씨(07학번), 소비자아동학과 권지윤 씨(07학번) 등이 잡은 주제는 `그린`이다.
"경쟁사인 HP나 IBM은 최근 에너지 절감을 위해 데이터센터 효율화 작업을 하고 있고, 현재 한국 정부는 IT 그린화 작업에 몇 천억 원씩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인텔이 자사 칩을 사용한 제품에 마크를 붙이듯 시스코 역시 자사 제품 사용 시 그린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식의 사업을 제안합니다."
학생들은 차분히 3주간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쳤다. 날카로운 질문이 되돌아왔지만 전체적인 평점은 좋았다. `그린`이라는 메시지가 간결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 관문에서 프레젠테이션은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됐다. 웬만한 `스펙`보다 면접자에게 강한 인상을 심을 수 있는 도구다. 몇 차례 기업 프레젠테이션을 더 거친 뒤 노은지 씨는 결국 제약회사 바이엘의 인턴사원으로 채용됐다.
서진원 씨는 "요즘 학교 성적이 좋고, 영어점수가 높은 대학생은 수백만 명에 달한다"면서 "웬만큼 해서는 절대 돋보일 수 없게 마련이지만 확실히 프레젠테이션은 자기를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프레젠테이션은 단순한 취업 도구를 넘어 21세기 경쟁력의 핵심으로 평가된다. 세계 최고 프레젠터로 평가되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 사례다. 잡스는 특유의 간결하면서 강렬한 프레젠테이션으로 "아이팟은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다. 그 덕에 아이팟은 단순한 전자제품을 넘어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말하기 강의로 주목받는 아나운서 출신 유정아 중앙대 교수는 "내가 생각하는 것을 얼마큼 상대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청중을 얼마나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뭘 얻어갈 수 있을까 고려해 보는 게 중요하단 얘기다. 서진원 씨도 "시스코 임원이 많이 물었던 내용은 `그래서 시스코의 매출 증대에 어떤 효과가 있는 거죠?`였다"면서 "상대편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단 걸 느꼈다"고 말했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간략하게 다듬는 능력도 관건이다.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업체 파워PT의 배승철 연구원(프레젠테이션협회 간사)은 "프레젠테이션하는 데 보통 10~20분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를 찾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물론 이런 능력은 단기간에 쌓이지 않는다. 다양한 프레젠테이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한 법. 박은미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원은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학교 등에서 진행되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 제1회 서울대-매경 대학생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접수는 2010년 2월 1~5일 홈페이지 : ctl.snu.ac.kr
[이재화 기자]